A PARTY PROGRAM

강령
페미당 강령

전문

여성은 최초의 억압받는 계층이다.

수 천 년간 가부장제는 여성 스스로 자신이 약자임을 내면화하도록 만들고, 여성 간에 차이를 부각하여 저항과 연대를 어렵게 만들어 왔다. 또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여성의 몸에 대한 착취를 기반으로 그 저변을 확장해가고 있다. 그 두 가지 지배 체계가 유지되기 위하여, 지배자들은 때로는 혐오와 폭력으로, 때로는 모성에 대한 신화로, 때로는 공적 영역에 부적합한 자로 역할을 구분하여 희생을 강요해왔다. 그 결과 한국사회에서의 성별임금격차, 경력단절, 여성대상 혐오 및 강력범죄는 국제적으로 상위권에 머무르며, 당연히도 여성의 대표성은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다. 또한 지배체계는 여성과 소수자를 넘어 생태에 대한 수탈과 파괴, 전쟁으로 인한 살상을 통해 평화를 저해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 우리의 민주주의는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여성해방운동가들은 전 인류의 역사에 걸쳐 빼앗긴 권리를 되찾기 위해 투쟁하지 않은 적이 없으며, 우리는 그 아름다운 명분을 계승하기 위하여 주변화된 사람들의 경험과 인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대중정당, 누구의 삶도 후순위로 밀리지 않는 평등한 사회정의, 지속가능한 생태를 꿈꾸며 한국 최초의 페미니스트 정당을 만들고자 한다. 이것은 전지구적 요구이고, 필요이다.

Ⅰ. 생존

살인, 공포, 혐오 없는 안전한 세상을 향해 머뭇거림 없이 나아갈 것이다.

혐오와 폭력으로부터 우리는 오늘도 운이 좋게 살아남았다.

여성은 나이와 계급에 상관없이 혐오범죄와 살인의 표적이 되고 있다. 성폭력은 애인, 남편 등 친밀한 관계에서, 성희롱은 직장 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여성의 몸은 대상화되어 카메라에 찍히고, 유포되고 있다. 이것들은 모든 시간, 어느 곳에서나 일어난다. 여성, 아동, 노인, 장애인, 이주여성, 성소수자 등 모든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와 폭력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순환되고 있는 구조적 폭력이다.

여성의 건강권에 대한 존중과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

생리대와 브래지어 등 여성용품들은 비싸고 건강에 해로우며 생명을 위협한다. 기본적인 여성의 필수품들을 차별없이 공급함으로써 여성의 건강권이 존중될 수 있는 사회가 필요하다. 또한 국가와 사회는 낙태죄를 통해 임신의 모든 책임을 여성들에게만 전가하고 있다. 여성들은 고액의 경제적 부담과 함께 위험한 의료 시설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에 출산은 성인, 이성애 중심의 ‘정상적인’ 관계와 제도 내에서만 환영받고 있다. 페미당은 연령, 장애, 혼인 여부, 국적,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과 상관없이 다양한 가족 구성원들에게 안전한 임신과 출산, 임신 중단권이 가능한 사회를 만들 것이다.

사회적 약자가 안전하고 행복한 세상은 모두에게 안전하고 행복하다.

여성의 생존권은 세대와 계급, 종교와 인종을 막론하고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여성의 생존을 보장하지 못하는 사회는 누구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다. 페미당은 여성이 어느 공간에서나 편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당연한’ 사회를 만들 것이다.

Ⅱ. 가족

우리는 가족의 개념을 바꾸어 갈 것이다.

기존의 가족은 성인, 이성애, 국적,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훈육과 지배, 물리적 분리와 폐쇄의 방법을 통해 정상과 비정상, 합법과 불법을 가르고 있다. 모든 형태의 가족 내 폭력이 사랑, 친밀성, 의존, 위로의 이름으로 포장되고 있다. 주거, 의료, 교육, 재산 등 많은 권리가 가족을 중심으로 부여되어 있다. 가족이 ‘혈연공동체’라는 말은 남성 중심, 가부장적, 민족적 국가 유지의 위계적 지배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 페미당은 이 말을 사전에서 지워 나갈 것이다. 피의 연결은 남성이 아니라 여성의 몸으로부터 시작된다. 더불어 ‘가족’이라는 말과 형태는 혈연을 넘어 획기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이제 가족은 스스로 결정하고 자유롭게 구성하는 다양하고 평화로운 공동체의 모습이 되어야 한다. 페미당은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차별 없는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것이다.

Ⅲ. 노동

여성의 재생산 노동은 모든 노동과 생산의 뿌리이며 주체이다.

여성은 집 안에서, 집 밖에서 일한다. 그러나 임금을 받지 않는 가사, 육아, 임신, 출산, 돌봄 등 여성의 재생산 노동은 노동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여성은 몸으로 하는 노동 뿐 아니라 감정과 사랑의 노동을 강요받고 있으며, 사회는 그러한 노동을 당연한 것으로 취급한다. 페미당은 그동안 주로 여성들이 담당해온 무임금 재생산 노동의 사회적 가치를 전환할 것이다.

임금노동시장의 차별을 바꾸어 나갈 것이다.

노동시장에서 여성들은 모집, 채용, 임금, 배치, 승진, 퇴직 등 모든 과정에서 불평등을 겪고 있다. 여성들은 직장 내 성희롱, 성별 임금격차, 유리천장, 경력단절을 경험한다. 한국사회 여성들은 미혼일 때 정규직으로 일하다가 임신·출산·육아기 때 경력이 단절되고 다시 시장으로 진입하지만, 비정규직, 저임금 등 불안정 고용상황에 처해지고 있다. 페미당은 여성에 대한 임금노동시장의 모든 차별과 불평등을 바꾸어 나갈 것이다.

모든 일하는 여성들에 대한 공적보험 보장과 공적연금 수급을 이루어야 한다.

편의점, 식당, 보육기관, 돌봄 노동, 영세 사업장 등에는 선주민 여성들과 이주 여성들이 넘쳐난다. 그러나 여성들이 주로 하는 노동은 단순, 미/저숙련, 저부가가치, 비신체적 노동으로 평가받고 적은 임금을 받고 있다.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공적 보험은 꿈조차 꾸지 못한다. 산업재해와 해고라는 말조차 꺼낼 수 없다. 페미당은 이러한 모든 열악한 노동조건을 바꾸어 낼 것이다.

노동의 가치가 바뀌어져야 한다.

우리는 생산과 노동의 협소한 의미를 바꾸어 나가는데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던 일들, 보이지 않았던 일들, 들리지 않았던 일들을 노동과 생산의 출발점으로 놓을 것이다. 여성의 존엄은 가족과 노동시장 모두에서 여성의 일이 인정되고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 때 가능하다. 페미당은 여성, 이주민, 장애인, 사회적 소수자들의 경제적인 독립, 안전한 자립을 위하여 기본소득을 비롯한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 것이다.

Ⅳ. 생태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후쿠시마 앞바다의 생선이 우리의 식당 메뉴에 들어 있고, 반 평도 안 되는 우리에 갇혀 산 돼지는 ‘고기’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식탁에 오른다. 항생제, 배란제, 살충제를 투여한 닭‘고기’와 계란은 우리가 즐겨먹는 완전식품이다. 무분별한 성장만능주의는 동물들을 학대하고 땅을 재생 불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공장식 축산업을 받아들였다. 화석연료 중심의 산업 구조는 기후 변화를 비롯한 환경 오염과 더불어 비산업화 되어있던 자급자족적 공동체를 파괴하여 빈곤화를 초래했다. 농업의 산업화는 종의 다양성을 없앴으며, 땅을 기반으로 살아가던 농민들을 착취하고 있다. 자연과 인간 모두에게 해로운 현재의 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핵에너지는 착취와 파괴를 넘어서 모두의 멸망을 가속화하고 있다. 페미당은 마을 공동체와 생태를 파괴하지 않는 에너지 개발과 상용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 사이의 위계적 구조를 벗어난 새로운 관계를 열어갈 것이다.

 

Ⅴ. 반전 평화

 

군대 안의 모든 폭력에 반대한다.

남성들이 강제로 군대에 끌려가는 것을 반대한다. 군대 내에서는 언어적인 폭력, 물리적이고 정서적인 폭력, 가학적 훈련이 계속되고 있다. 페미당은 청년들이 이러한 억압적 권위와 질서, 부당한 명령에 무기력하게 길들여지고 군사주의적 문화가 재생산되는 것에 반대한다. 원하지 않는 이념 교육과 인명살상의 방법을 가르치는 것을 반대한다. 군대내 동성애자들에 대한 차별과 폭력에 반대한다.

 

평화와 전쟁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우리는 북과 남으로 분단 된 휴전된 나라에서 살고 있다.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전쟁을 반대하지 않고 평화를 말할 수 없다. 페미당은 남과 북이 민주적이고 평화로운 방식으로 공존하고 함께 살아가는 체제를 모색하고 실천할 것이다. 페미당은 징병제를 폐지하고 전쟁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여성에 대한 폭력에 저항하며, 자유롭고 평화로이 국경을 넘고 대륙횡단 열차를 타고 세계를 여행하는 세상을 만들 것이다.

안보는 미사일이 아니라 ‘모두가 두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 이다.

안보는 ‘불안으로부터의 해방(Securitas)’에서 어느 사이엔가 ‘국가의 생존을 담보할 수 있는 능력’의 의미가 되었다. 국가가 안보의 유일한 주체가 된 것이다. 안보를 빌미로 국가 폭력이 난무하고, 안보를 명목으로 인도적 지원을 중단한다. 안보를 이유로 영세 자영업자들의 사업을 중단시키고, 안보는 정치, 경제, 사회적 기득권을 유지하는 가장 핵심적인 이데올로기이다. 안보는 명목이며 폭력은 실질이다. 곤봉과 물대포, 핵과 미사일, 탱크와 군대는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위험과 불안을 조장한다.

우리는 지금과 다른 안보를 꿈꾼다. 국민 개개인의 자유와 안전을 보장하는 인간안보의 개념으로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것이다.

안보의 개념은 사람들의 구체적 일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페미당은 안보의 개념을 공포와 결핍으로부터의 자유를 포함하여 성폭력을 당하지 않을 권리, 장애를 가지고도 안전하고 편리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권리, 늙거나 아픈 몸을 보호하고 치료받을 권리, 신체를 위협당하지 않을 권리, 안정적으로 노동을 이어갈 권리, 가족과 공동체를 구성할 권리, 즐거움과 휴식을 누릴 권리들로 바꿔 나갈 것이다.

 

 

Ⅵ. 지구와 지역의 경계와 다양성

 

우리는 존중하고 서로 위하며 함께 살아가는 세계시민이며 지구인이다.

경계는 모든 곳에 있다. 남성과 여성, 아내와 남편의 이름으로, 가족의 이름으로, 땅과 땅 사이, 집과 집 사이에 있다. 어른과 아이 사이에,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에, 부자와 가난한 사람 사이에, 국가와 국가 사이에, 민족과 종족 사이에, 사람과 동물 사이에, 사람과 나무 사이에 지구와 다른 별 사이에도 있다. 경계는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의 모든 경계는 위계적이고 차별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가 넘어서고자 하는 경계는 위계, 폭력, 차별의 선이다. 경계를 허문다는 것은 함부로 넘나든다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편리를 위해, 억압적 가족의 유지를 위해, 경제적 이익을 위해, 정치적 이익을 위해, 자기들의 국가를 위해, 국민을 위해, 다른 사람, 다른 민족, 다른 국가의 경계를 침범해 왔다.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한 사과와 성찰을 우선해 실천해야 한다. 위계적이고 차별적인 경계를 없애는 것은 이해를 구하고 몸을 낮추는 과정이다. 경계를 허문 자리에 존중과 공생의 경계를 다시 지을 것이다. 페미당은 모든 위계적이고 차별적인 경계를 허문 자리에 존중과 공생의 모습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우리는 여성의 다양한 위치를 인식하는 동시에, 차별과 배제에 반대한다.

모든 여성이 동일하지 않다. 경제적 조건, 계급, 교육과 훈련, 장애와 질병, 성적 지향과 정체성, 국가, 인종, 민족, 문화적 자원의 정도가 다르다. 우리는 또한 다른 경험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이 특성들은 상호교차하며 서로가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차이와 다름을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으로 명명하고, 차이가 차별이 되는 사회 구조, 시대의 흐름 속에서 평등을 재언어화하고자 한다. 각자의 위치 속에서 나의 삶이 지배 권력에 따라 교차되는 지점을 간파하고, 연대의 자산으로 삼을 수 있는 횡단의 정치가 필요하다.

인류의 역사 속에서 여성들은 싸우지 않은 적이 없었다. 이제 한국의 페미당은 역사 속의 페미니스트들처럼 여성이 개인, 시민, 자기 자신으로 공존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보여줄 것이다. 그 동안 보이지 않고 말할 수 없었던 것들을 드러내고 함께 외칠 것이다. 여성과 사회적 소수자의 경험이 주변이 아니라 보편적 경험이 되도록 온 우주를 바꾸어낼 것이다. 이것은 전지구적 요구이고, 인류의 생존을 위한 마지막 혁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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